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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WORD

정치란 무엇인가

알타이하우스 2016.03.14 22:19
 

 

정치란 무엇인가?

- 안철수에게 왜 정책을 내놓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에게

 

요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를 가리켜 대체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통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새정치, 새정치, 구호만 있지 실제로 가슴에 와닿는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다.

<안철수 현상>은 있는데 그 현상을 실천에 옮길 안철수라는 사람은 과연 계획을 갖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다들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우리나라를 뒤바꿀 용한 처방전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안철수의 생각은 나중에 따로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 그렇게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대신 묻고 답한다.

 

-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대답하라는 건 아니다. 안철수에게 어떤 정치할 거냐고 물으려거든 질문하는 사람도 정치가 무슨 말인지 나름대로 자신의 정의를 갖고 알고 물어야 한다는 의미로 던져보는 것이다. 그러니 부담갖지 말자.

나는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 사전편찬자다. 10여 권 우리말 사전을 편찬해본 경험으로, 난 무슨 말이든 사전적인 의미를 먼저 찾는다.

 

 

- 내가 만든 사전들. 이거 말고도 여러 권 더 있다.

 

그러면 정치가 뭔지 같이 공부해보자.

 

政이란 글자는 正(정)과 攵(복)으로 만들어져 있다. 일종의 정치 이념이다.

설문해자에 보면 정이란 바르지 않은 것을 쳐서 바르게 한다는 뜻이라고 돼 있다. 攵은 채찍질로 때린다는 뜻이니 옛날에는 정을 위해서는 백성을 좀 때려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政者正也(정지정야)다.

 

정치 행위를 뜻하는 정사(政事)란 사실 두드려 패고 잡아들이고 물어뜯는 것이다. 그게 심하면 벌을 주거나 감옥에 쳐넣거나 죽이는 것이다. 이쯤되면 정변(政變)이라고 한다. 쿠데타가 정변이다.

 

치(治)를 보면 氵(수)와 台(이)로 만들어져 있다. 물이 잘 흘러 만물을 기르고 양육한다는 뜻이다. 혹시 물길이 막히면 뚫어주고, 괴어 있으면 둑을 터서 흐르도록 해주는 것이 치다. 그러면 작물과 수목이 잘 자란다. 이렇듯이 법과 제도, 도량형 따위를 치하는 것이니 사람에게 이익되는 구체적인 정책을 가리킨다.

 

이렇게 정과 치가 어울려 정치를 만든다.

그래서 정치란 잘못된 게 있으면 바르게 잡아주고,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주는 것이다.

 

좀 더 공부해 보자.

 

초나라 대부 심제량이 영지인 섭읍에 머물 때 공구 즉 공자의 방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공자에게 "좋은 정(政)이란 무엇인가?" 물었다.

공자는 "근열원래(近悅遠來)"라고 답했다. 즉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기뻐하고, 먼 데 사는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싶다며 몰려오는 것이 좋은 정치라고 말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왕손 이인은 볼모로 잡혀 있는 조나라 땅에서 얻은 아들에게 왕실 성씨 영(嬴)과 부인인 조희의 성 조(趙)를 준 다음 여불위(내가 6권 짜리 소설로 썼다)에게 이름 자를 정해 달라고 청했다.

“천하를 다스리라는 뜻으로 정(政)이라고 지으면 좋겠습니다. 정이란 바르지 않은 것(攵)을 쳐서 바르게 한다(正)는 뜻이지요.”

“그렇습니까? 전국 여섯 나라를 들이쳐서 하나로 바로잡을 아이라는 뜻이군요? 그러면 제 아들 이름은 영조정입니다. 영조정, 아주 좋은 이름입니다.”

영조정 얘기다. 나중에 어머니 성씨를 빼는 관습이 생기면서 그의 이름은 영정으로 줄어든다. 바로 훗날의 진시황이다.

 

진시황이 전국 7웅을 합쳐 통일 진나라 바로 오늘날의 China가 만들어지는데, 그는 만리장성 축성 말고는 특별히 새로 한 건 없다. 분서갱유라는 것도 학문 통일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일 뿐이다. 그는 나름대로 잘못된 걸 바르게 잡고, 막힌 걸 뚫고, 괴어 있는 걸 텄다. 나라마다 문자가 다르니 진나라에서 쓰던 전자(篆字)를 국자로 삼고, 진나라 발음을 표준어로 삼고, 나라마다 틀리는 수레바퀴 규격을 통일하여 마음대로 달릴 수 있게 하고, 화폐를 단일화하여 중국 전역에서 물산이 상통하도록 했고, 그러기 위해 도량형의 기준을 잡았다. 그야말로 정치를 한 것이다.

 

- 안철수는 <하지 않는 정치(無爲)>를 꿈꾸었던 것같다

 

안철수가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나설 때 그는 '하지 않겠다無爲'는 것부터 상상한 것같다.

담합하지 않고, 독점하지 않고, 패권 형성하지 않고, 반칙하지 않고, 그야말로 正한 세상을 꿈꾸었던 듯하다.

컴퓨터를 쓰다 보니 바이러스가 있길래 그걸 잡으려고 만든 게 V3다. 그냥 불편하니까 자기 손으로 만들었는데 일이 커진 것이다.

나 역시 우리말 전문 사전이 필요했는데, 그런 게 없다보니 내 손으로 만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열 권을 만들게 되었다. 안철수나 나나 다 正하자, 

하자고 한 일이다.
안철수는 대학원 때도 호기심이 많았던 듯 흥분 기전에서 일어나는 칼륨과 칼슘의 영향에 관한 논문을 썼다. 박사 논문 역시 심방근에서 일어나는 

Ca2+ 전류의 조절기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정도 상상력은 매우 뛰어난 편에 속한다.(나는 바이오코드 개발자라 마음에 대해 좀 아는 바가 있다)

그러다가 컴퓨터를 쓰게 되었는데, 마침 C-Brain이라는 컴퓨터바이러스에 감염된 디스켓을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호기심을 느낀다. 치료는 치료지만 결국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발전해버린 것이다. 당시에는 백신 프로그램이 없어 안철수는 직접 만들었다. V1이다. 세계 최초의 일이고, 미국보다 1년 빠르다.

군대 갈 무렵에 마침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퍼졌는데 그는 이 백신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다가 입대 직전에야 겨우 만들어 PC통신에 올릴 수 있었다.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자기 아니면 만들 사람이 없다는 걱정 때문에 가족들에게 군대간다는 말을 할 새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봐야 돈이 되던 시절이 아니었다.

 

제대 후에도 그는 낮에는 의사, 밤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살았다. 처음에는 정부를 찾아가 무료배포를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절당했다. 삼성에 제안해봤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그렇게 하여 할 수 없이 만든 게 안철수연구소다.

이후 컴퓨터 바이러스가 급증하면서 백신 프로그램 수요가 늘고, 회사 설립 3년 뒤 미국 업체가 1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인수 제의를 했지만, 미국 업체가 안철수연구소를 자신들이 만든 백신 프로그램을 한국에 팔기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저의를 알고는 대번에 거부했다. 회사 직원들이 전원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1999년 체르노빌바이러스가 퍼지면서 30만 대의 컴퓨터가 감염되는 참사가 일어나 수천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로 인해 회사 매출은 급증했다. 이 과정이 오늘날 그가 천억원 대의 부자가 된 내력이다.

그런 중에도 그가 미국으로 유학가서 MBA 석사과정을 마치고, 여러 가지 석박사 과정을 추가로 하고, 나중에 카이스트 교수, 서울대 융합대학원 원장을 맡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던 중 그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정계 입문에 대한 권유와 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끼던 사람들이 그를 불러내려고 했다.

그때 안철수는 세 가지 원칙을 들었다.

 

(1) 내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가
(2)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가
(3) 실제로 내가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가

 

보라.

정치의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잖은가.

이것이 그의 정치 공약이고, 정책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사람들이 안철수에 환호하며 정계로 들어오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 40대인 나 같은 사람이 아직 출마를 할지 말지도 결정 안했는데, 저렇게 역사가 오래된 당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면 그게 민심이다. 나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그도 사람들이 안철수 개인에게 환호하는 게 아니라 <안철수 현상>에 환호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고민한 그의 의견만 봐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지금 서울시는) 완전히 하드웨어에만 매몰돼서 남에게 보이는 사업만 (진행)돼왔다.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실제로 사는 사람의 불편함, 위기 관리는 도외시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예를 들면, 도로 표지들이 무원칙하다. 직진하다가 갑자기 좌회전이 생기고 이런 것들이 통일이 안 되어 있다. 교통 막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관심도 없다. 주차난도 굉장히 심각하다. 그런 걸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노상 주차장 등에 요즘 같으면 센서를 설치할 수 있다. 이것을 공공 데이터로 만들면 서울시에서는 그것을 이용해서 스마트폰 앱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어디에 자리가 비는지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에너지 문제, 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선진국은 다 공개한다. 그러면 데이터를 시민들이 가공해서 좋은 정보를 만들어 창업한다. 국가 보완과 상관 없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알리면 일자리가 생긴다. 저 사람들(정치인들)은 그런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다. 평생 자기만의 전문 분야를 갖지 않으면 그런 아이디어를 갖기 쉽지 않다."

 

그렇다.

안철수는 정치란 사전적 의미에 가장 충실한 사람이다.

그는 일반 정치인들이 잘못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하지 않는 정치' 거의 노자의 무위 사상에 가까운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그가 할 정치는 그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보인다.

예를 들어본다.

 

- 그가 만일 생애소득표를 보면 반드시 바로잡으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은 평생 9억원을 버는데 초등교사는 33억원을 벌기 때문이다. 어디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있는지 그가 찾아내 이 불균형을 바로잡을 것이다.

 

- 헌법 39조 2항에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사실은 우리 의무복무자들이 무임금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걸 알려준다면 안철수는 아마 50만원 정도의 급여라도 지급할지 모른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우리나라 산업화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임금 착취를 당하여 막상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걸 안다면, 월남참전군인들이 수당의 대부분을 국가에 빼앗긴 걸 안다면 안철수는 노인기초연금을 아마도 40만원이나 50만원으로 인상시킬지 모른다.

 

국가로부터 재산과 생명을 보호받지 못해 일제에 위안부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 이야기를 듣는다면 안철수는 아마 일본에 배상을 요구하기 전에 나라에서 먼저 배상하자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5천만 가정이 소비하는 전력량과 같은 전기를 상위 14개 업체가 싼값에 펑펑 쓴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마도 그는 적절한 전기료를 부과하여 산업전기를 절약시키고, 밀양송전탑 사건쯤은 거뜬히 해결할 것이다.

 

- 근속 연수별 임금이 우리 근로자들이 세계 최고라는 걸 그가 안다면 아마도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터무니없는 호봉제로 고임금 구조를 만들어 놓은 공무원의 임금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지도 모른다.

 

동일 가치 노동은 동일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헌법을 들이밀면서 정규직 연봉이 1억원일 때 2차 협력사 사내하청은 불과 22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안철수는 아마 문제가 뭔지 파악하고 개선을 할지도 모른다.

 

2015년 복지예산이 무려 116조원인데 막상 복지 사각 지대에서 굶고, 매맞고, 고통받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안철수는 아마도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역추적하여 백신프로그램을 만들었듯이 투명하게 배분되는 복지시스템을 기획해낼 것이다. 1년에 116조원을 뿌려대고도 이렇게 고통받는 국민이 많을 리가 없다며 밤새워 공부할 것이다.

 

- 2015년 국방예산이 약 40조나 되고, 북한에 비하면 약 40배나 되는데도 우리 국군은 툭하면 북한이 쳐들어올까봐 겁난다면서 호들갑떨고 미군 언제 들어오나 까치발 세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아마도 뭐가 문제인지 샅샅이 파악하여 대대적인 국방개혁을 이루고, 자주국방을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이런 것이다.(이상 박창기 정책집 인용)

안철수의 정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지 달리 특별할 것이 없다.

국민이 다 아는 일이고, 정치인들 역시 다 알면서 막상 안하는 일이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뭘 더 원하는가.

박근혜의 창조경제?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그런 경제 하지 말고, 쉬운 경제하자는 게 안철수다.

그는 아주 쉬운 정치를 하려고 하는데, 기득권자들이, 패권세력이 그를 막아서고 있을 뿐이다. 그가 알게 되면 밤을 새워 바르게 고칠까봐 두려운 것이다. 양당 카르텔이 깨질까봐 무서운 것이다.

군부독재에 기생해 부와 권력을 누린 자가, 은행에서 뇌물 받고 구속된 경제학자가, 비례대표만 요리조리 4번 한 사람이 안철수를 가리켜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호통치는 이 더러운 정치판이 안철수의 가치에 안개를 피우고, 흙을 퍼붓고, 오물을 뿌리는 게 오늘 이 순간의 현실이다.

 

안철수가 없어져야, 그래야 380조에 이르는 국가예산을 서로서로 뜯어먹고 나눠먹고 마음껏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380조원을 가지면 우리 국민 모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라는 걸 안철수가 깨닫는다면, 그는 아마도 우리 국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나라를 반듯하게 되돌려 놓을 것이다.

 

이 정도면 안철수가 무슨 정치를 하려는 건지 이해하셨으리라고 믿는다.

가끔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처럼 국보위에 부역하고, 민정당 창당 발기인이 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할 때 안철수 너는 민주화운동 안하고 왜 공부만 했느냐고 묻는 철부지들이 있다. 그는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백신프로그램을 만드느라 밤을 새우다가 입대 전날에야 비로소 PC통신에 올려놓고 군에 간 사람이다. 돈받고 팔던 시절도 아니다. 적어도 이 어린 시절에 그는 政은 잘 몰랐지만 治는 알았던 것이다.

나는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 정도 밖에 그를 설명할 수가 없다. 궁금하면 안철수에게 다가가라.

페이스북 창에 <국민의당>을 치면 안철수가 들려주는 그날 그날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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