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일부 진보적 사고를 가진 분들 사이에서 비판적 의견들이 끊임없이 개진되어 왔습니다. 의견은 여러가지 형태로 표출되고 있지만 근자에 '왜 촛불 속으로 들어가지 않느냐.' 에 이어서 '양비론' 등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것' 등등이 안철수의 이름에 계속 따라붙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청치평론가인지 정치인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런 현상은 수구 보다는 야권에서 특히 심하게 돌출되고 있는 아이러니도 보이는데 그 진원지를 따라가 보면 대부분이 친노 세력과 그 지지층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부 악의적인 네거티브를 무시하고 제외한다면 그 외의 모든 안철수에 대한 비판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기존의 정치의 틀 안에서만 안철수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비판으로 보여집니다. 즉 구태 정치의 눈높이로만 바라본다면 안철수가 취하고 있는 지금의 스텐스가 낮설어 보일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나온 정치적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듣고 보아왔던 정치인, 모든 이슈에 팔을 걷어부치고 독재타도 를 외치던 정치인, 때로는 단상 점거도 서슴치 않는 정치인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생각해 왔던 우리는 안철수에게 어찌보면 김두한의원이 의회에서 오물을 내 던지는것과 같은 시원한 액션 한 방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잣대로 바라본다면 안철수는 만사 제쳐놓고 신당부터 만들어야 맞습니다. 창당도 이미 했어야 하고 당규도 만들고 어중이 떠중이들 다 긁어모아 거창하게 출범식을 벌써 했어야 맞습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잘하는 정치인 안철수가 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속으로 들어가 목소리를 같이 높이며 정권퇴진도 외치고 기자회견도 하고 우리만이 정의고 살길이라고 외치는걸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그동안 그런 정치인만 보아왔기 때문에 안철수도 역시 그래야 되는거 아니냐고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잘못된 구태 정치를 바꿔줄 새로운 인물을 원하고 기대하면서도 그 인물에게 구태정치의 그림을 그대로 그려주기를 바라고 있는 모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건, 만약 안철수에게서 구태 정치권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안철수는 필요치 않습니다. 궂이 안철수가 정치권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정치인은 안철수가 아니라도 더 좋은 정치인이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렸기 때문입니다.
안철수에게 구태의 스탠스를 요구하는 건 안철수를 구태의 정치인이 되라는 요구이고 또 그런 안철수는 어느 순간 문재인으로, 이해찬으로, 박지원으로 변해서 1/n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사라져 갈 것입니다.
우리는 안철수에게 구태 정치를 밀어내고 제대로 된 제도권 정치를 만들어 달라고 불러냈습니다. 기득권을 대변하고 기득권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를 구현해 줄 지도자로 우리가 선택한 안철수입니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지금의 안철수의 행보는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것입니다.
분명한건 안철수는 국정원을 엉뚱한 일만 하게 하지는 않을거라는 것. 더 이상 국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게 만드는 사태는 일으키지 않을거라는 것. 정부 요직에 친인척을 심어 놓거나 노후대책을 위한 삥뜯기 꼼수는 취하지 않을거라는 것. 국회의원에게 몰린 과도한 혜택을 없애고 국민의 눈치를 보게 만들거라는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이것이 내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안철수는 구태정치의 거대한 돌담을 깨기위해 첫 망치질을 지금 막 시작했습니다. 망치를 든 자세를 어떻게 취하는것이 좋을까 하는 머리굴림이 안철수에겐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직 무너뜨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충분한거 아닌가요? 그 거대한 돌담이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고 그 과정이 힘에 부치면 또 다른 안철수가 나와서 망치를 이어서 받아들면 되는겁니다.
새정치는 그렇게 시작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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