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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WORD

유승민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정치를 하는가"

우리는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며 또 쉽게 실망하기도 하는, 정이 넘치는 민족이다. 때문에 어느 정치인이든 진정성만 느껴진다면 국민은 언제라도 그 정치인에게 한 표를 던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치인을 판단할 때 막연하고 불확실한 능력보다는 진정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치인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움직이는 건 쉬우면서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치인의 눈빛에서 진정성을 읽어낼 수 없다면 그는 외면받고 버려진 정치인으로 기억에서 사라질 게 뻔하다. 그렇게 저렇게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진 정치인이 어디 한 둘이던가.

 

오래전 얘기지만 국민이 노무현을 선택했던 이유는 탁월한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실체와 상관없이 그가 보여줬던 진정성 단 하나 때문이었다. 적어도 우리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것이 허구였든 신기루였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 눈에는 그렇게 비쳐졌던 것이고, 그래서 볼품은 없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을거란 기대 하나만으로 그를 선택했던 거라고 나는 기억한다.

 

노무현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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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유승민은 매일 이렇게 자문한다고 어느땐가 언론에다 대고 말했었다. 멋진 책 제목처럼 그의 정치 인생에 많은 함의를 담고 있는 듯 그렇게 말을 했지만 난 한 번도 그에게서 머리를 잡고 고뇌하며 자문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진정성이 보여지지 않는 탓이다.

 

그의 말은 걷도는 물과 기름처럼 마음에 와 닿지를 않는다. 그의 말은 미리 적어놓고 읽어대는 정치적 수사처럼 아무런 울림도 전해져 오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오랜동안 단 한 번도 그의 말처럼 고뇌하는 모습과 행보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보다는 매사 주춤주춤 멈칫멈칫 뒷걸음질 정치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진정성이 없는 탓이다.

 

한 정치인으로서 진정성은 커녕 매사에 몸을 사리고 두리번거리며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것 처럼만 보여지는 그에게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하고 고뇌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 보다는 오히려 바깥 세상이 무서워 쥐구멍에서 나올까 말까를 적어도 100번은 계산한 후에 겨우 등 떠밀려 나오는 나약한 범부로만 보여져 말과 다른 그의 행동과 얼굴에서 불일치의 간극만 하염없이 커 보일 뿐이다.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탓이다.

 

"나는 대선에 나갈 몸이니 중도 사퇴를 해야하는 서울시장 선거엔 출마하지 않겠다" 고 말했던 유승민이다. 

 

그랬던 그가 주변에서 지선에 나가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이제는 아예 방안에서 이불쓰고 숨어 밖으로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다. 나는 이것 역시 대선 후보로서의 경력을 가능한 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유승민 특유의 몸사림으로만 보여진다. 

 

대선출마 경력에 기스날까 두려워 몸조심하고 있는 한 새가슴 정치인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그는 마치 당 대표의 역할이 뭔지를 모르고 있는듯 이번 지선을 눈 앞에두고 있으면서도 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능동적 행보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마치 불구경하는 옆집 아저씨처럼 무관심과 방관자적 자세만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으로서 홍준표의 설레발도, 안철수의 선당후사의 자세도 그에게선 찾아볼 수가 없다. 박주선과 마찬가지로 당 대표직을 명예직으로만 여기는 듯 말과 행동 어디에서도 진정성 만발한 역동적인 정치인의 모습은 찾아지지가 않는다.

 

그는 또 "안철수가 원하는 당직을 본인이 원하는대로 다 해줄 것" 이라고 말했다. 그가 당대표 위치에서 지선과 관련해서 발언한 "지선 불출마" 발언 이 후의 유일한 레토릭이다.

 

그는 선심이나 쓰는듯 자신을 배려심 넘치는 정치인으로 포장하면서, 당 대표로서 응당 가져야 할 선거의 책임을 안철수에게 떠넘기려는 목적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안철수를 마치 당직이나 탐하는 몹쓸 정치인으로 보여지게 만드는 일타삼피의 소득을 올렸다

 

그는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인가. 
아니면 배려심 조또 없는 밴댕이 정치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안철수를 향한 고도의 정치적 네가티브인 것인가.

 

어찌됐든 이제 선거 승리의 책임은 다시 안철수의 몫으로 던져졌다. 당 대표 박주선과 함께 뒤로 숨어버린 유승민을 대신해서 안철수가 이번 지선의 책임을 떠안고 홀로 분투하는 모습만을 우리 지지자들은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서울시장 유세로, 인재 영입으로, 같은 당 출마자 지원유세로 전국을 발로 뛰며 일인 10역을 감당해 내는 그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안철수와는 다르게, 하염없이 한가한 박주선 유승민 두 사람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합당전의 기대와는 다르게 바닥으로 추락한 낮은 지지율의 책임에서 그 두사람 모두가 모른척 입을 다물고 있듯이, 어쩌면 서로에게 선거결과의 책임을 전가하는 부끄러운 장면을 우린 곧 보게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승리한다면 두 말 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두 당 대표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당연하다는 듯 안철수에게로 몰아갈 것인가.

 

유승민에게 묻는다.

 

 '쉽게 감동하며 쉽게 실망하기도 하는' 평범한 당원의 위치에서 지지할 마음이 전혀 우러나지 않는 정치인인 그에게,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일 뿐이다" 라고 말했던 한 정치인인 그에게 잠시나마 쏠렸던 내 관심을 다시 거둬들이며 묻는다.

 

"당신은 왜 정치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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