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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한겨레] 다른 ‘정당 모델·지향점’ 추구해왔는데 최장집-안철수, 접점 찾을까

 2013.05.28 21:46

하어영 기자




최 이사장, 최근 초청강연서
“노동문제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
안 의원도 “중요한 정치의제”
신당에 대한 노선 갈등 경계

주변선 평가 엇갈려
“두 사람 맞지 않아”
“긍정적 접근 도울 것”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책연구소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철수 신당의 성격을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규정하며 “신당을 통해 (진보의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 정당을 건설해 보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의 발언은 ‘중도’와 ‘탈이념’을 일관해서 강조해온 안 의원과는 지향점이 다른 것이어서, 향후 신당 창당 등 정치세력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 이사장은 25일 한 초청 강연에서 “안철수 의원의 정치조직화는 노동문제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게 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당보다는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이사장은 “내가 (안철수)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다.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신당을 자신의 지론처럼 ‘사회경제적 평등에 기여하는 정당’으로 이끌어보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정치권과 사회가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근로여건이 악화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 오래다. 이 문제가 중요한 정치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안 의원의 측근들은 전했다. 안 의원은 이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가 실제로 이런 과정과 결과물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말은 자신의 생각이 최 이사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지만,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추상적 설명에 그치고 있다. 최 이사장 발언이 신당에 대한 노선갈등으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과 최 이사장이 향후 안철수 신당의 이념과 지향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두고 주변의 평가는 엇갈린다.

최 이사장의 안철수 진영 참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한 교수는 “최 이사장은 (이번 발언에서 보듯)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중시해왔다. 중도·무당파로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의원과는 맞지 않다”며 “최 이사장은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가자는 것이니, 그렇다면 안 의원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중심축이 달라져야 하고, 정당모델도 달라져야 한다. 서로 보완 가능성도 있지만 중심을 잃었을 때는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의 네트워크 정당이나 연구소 형태를 보면 국민경선 등 개방형을 추구할 텐데, 최 이사장은 당원 중심을 추구하는 것도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최장집 이사장의 제자인 한 인사는 “최 이사장은 안 의원이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 정당정치에 대한 긍정적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라며 “정치는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어떤 사람, 어떤 조직으로 갈지는 안 의원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걸 모르고 최 이사장이 안 의원과 함께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며 안 의원의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안 의원이 말하는 개방형 네트워크가 창당 과정에서 기존 정당과 다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인 것인지 창당 이후에도 정당모델로 가져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현재까지 내놓은 발언만으로는 앞으로 같은 길을 갈 수 있을지 아닐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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