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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폴리뉴스] 안철수의 과제, 야권의 외연확장 가능성 입증

2013.05.27

정찬 (jchan@polinews.co.kr)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야권재편의 주도권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대선패배 후 침체상황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이미 기정사실화로 굳어졌고 다만 그 방식을 두고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든 반면 민주당은 야권재편에 대한 전략적 지향점 없이 표류하는 듯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5월4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한길 대표 체제를 수립하며 당을 재정비했지만 효과는 전무했다. 김 대표가 전대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민주당의 순조로운 재출발이 일정 기대되기도 했으나 예상대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를 보면 5월 24일 발표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18%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41%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 지지율은 지난 4월 3주차에 역대 최저치인 18%를 한 달 만에 반복한 것이다.



게다가 이 기관이 5월 16일 발표한 안철수 신당 창당할 경우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29%, 안철수 신당 26%, 민주당 12%로 나타났다. 김한길 체제 출범으로 당이 재정비될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으로선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맞이한 근본적 배경은 당권을 장악한 민주당의 과거 비주류 쪽의 무전략적 행보에 기인한다. 이들은 일찌감치 안 의원과 ‘안철수 세력’과의 결합을 강조하면서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민주당 내부에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안철수’가 들어올 공간의 마련은 다름 아닌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었다.



이는 달리 비주류가 당권을 잡으면 당의 대표 간판을 ‘친노’,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와 안철수 세력’으로 하겠다고 국민 앞에 공표한 것과 다름없었다. ‘당심(黨心)’이 이를 적극 반겼으나 국민들의 시각에선 민주당의 미래 주인은 안철수 의원이고 자연히 새로 출범한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은 그 과도기를 담당하는 정당이란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역설을 낳았다.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민주당과의 차별화, 나아가 치열한 경쟁관계를 국민들에게 부각해야 하는 정치적 현실에 대해 민주당은 무지했든지 아니면 외면했다. 안 의원 쪽으로선 독자세력화에 성공하기 전 단계서 ‘민주당과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형성되면 치명적이다. 자연히 안 의원은 민주당 밖에서 민주당과 거리두기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지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은 민주당을 흡수하거나 장악할 것으로 보이는 미래 야권의 맹주 안철수 의원 쪽으로 가면서 야권재편의 주도권도 안 의원 쪽으로 가도록 하는 흐름의 물꼬를 터준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들어 준 당사자인 민주당은 여기서 맥을 못 추며 헤어나질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선평가와 당권경쟁 과정에서 경쟁세력인 ‘친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친노프레임’에 구사하면서 당 지탱 세력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전략적 오류도 범했다. 또 ‘친노’의 대중동원력을 경계해 ‘당원주의’를 과도하게 내세움으로써 과거로 회귀하는 정당이란 이미지만 고착시키면서 외연확대의 통로 자체도 차단시켰다.



그 결과는 문성근 전 상임고문은 탈당의 변에서 ‘통합’을 떼어 낸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온-오프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한 것은 야권에서 강한 결집력을 가진 정치권 밖의 대중정치세력 ‘친노’의 민주당 결별선언이었다. 지난 5월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장에 들어가려는 김한길 대표가 시민에게 저지당한 사태는 그 단면이다.



야권재편 경쟁에 나선 안철수, 관건은 외연 확장

안철수 의원의 독자 정치세력화의 관건은 호남에서의 민주당과 대등한 세력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야권 세력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검증받는 데 있다.



안 의원이 5월 24일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이러한 전략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먼저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런 흐름은 많이 달라졌다”며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의 사활을 건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또 민주당 김 대표가 자신을 ‘경쟁적 동지관계’라고 한 데 대해서도 “여야 의원 모두 우리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면에서 모두 경쟁적 동지관계”라고 선을 그으며 “꼭 그렇게 편을 가르려고 계속 강요하는 분위기가 양당제 폐해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은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을 두고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전략과 함께 자신의 야권세력의 외연 확장의 선봉에 서 중도와 여권세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의사를 내보인 것이다.



안 의원으로선 호남 민심의 절반을 잡았다는 점에서 독자세력화의 절반은 성공한 상황이다. 과거 제3신당 시도가 실패한 데는 새누리-민주 양 진영의 텃밭인 영호남을 갈라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안 의원은 호남을 자신의 세력의 한 축으로 만든 상황이다.



호남이 안 의원을 선택한 것은 지난 두 번의 대선 패배를 겪으며 현재의 지역구도하에선 호남이 계속 소수파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강한 불안감이 작용했다. 여기에 호남의 중도보수 세력 또한 이념분포상 진보 쪽으로 빨려가는 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로서 안 의원을 대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신당 창당과정까지 자신의 경쟁력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야권세력 총합을 확대시키는 선봉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간의 경쟁이 기존 야권의 파이를 서로 나눠먹는 것으로 귀결될 경우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야권의 파이 전체를 키우는데 기여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의 한계를 노출시켜 지금 쏠려 있는 지지가 다른 대권주자에게로 흩어질 수밖에 없다. 2011년 9월 안 의원이 급격히 정치지도자로 부상한 것은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 속에서 안 의원 쪽은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양당대결구도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명도 높은 인사의 영입에 힘을 쏟는 배경이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를 경쟁적 동지관계로 규정하면서 야권지지층 뿐 아니라 여권 지지층을 겨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