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정책네트워크 ‘내일’ 출범을 발표했다. 일종의 싱크탱크인 셈인데, 언론들은 이에 대해 대부분 “안철수 의원의 세력화에 나섰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관심 가는 대목은 인선이다. 이날 안 의원은 ‘내일’의 이사장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소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각각 선임했다. 이중 장하성 교수는 이미 지난 대선국면에서 안 의원 캠프에 합류해 국민정책본부장을 지냈다. 때문에 주요 관심의 초점은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교수에 맞춰져 있다.

최 전 교수는 국내 대표적 정치학자로 민주주의 연구에 권위를 지니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야권 의원들의 고문 격 역할을 해 왔고, 최근에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 저서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에서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진단했다.

최 교수와 안 의원의 만남이 주목되는 부분은 최장집 교수가 대표적인 ‘정당강화론’의 입장에 서 있다는데 있다.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강조하면서 ‘새 정치’를 얘기해 정당정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여 온 안철수 의원의 향후 행보가 신당 창당 쪽에 맞춰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2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 카페 창비에서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을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명예교수의 손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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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또한 ‘리더’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최장집 교수로서는 리더로서의 안철수 의원의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정치에 전면 등장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말 대구가톨릭대 강연에서 최 교수는 ‘안철수 현상’과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대해 “한국정치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최 교수는 대선 국면에서는 안 의원과 거리를 둬 왔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안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이 늦어지자 “무책임하면서도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김종철 전 진보신당 대표 직무대행은 “최장집 선생의 일관된 얘기는 정당정치를 제대로 발전시켜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동시에 유력한 리더가 그런 역할을 중요하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본인이 생각하는 유력한 리더(안철수)가 정당정치에 제대로 진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안철수 의원도 이전까지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듯 한 입장이었다면 본인도 세력화를 하겠다면서 정당 형태로 나아가는 가능성 내비치고 있는 것”이라며 “최장집 선생까지 만나서 설득했다면 그 형태가 독자적일지, 민주당과의 관계 속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당 형태로 가겠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최장집 교수의 지론은 ‘정당정치' 강화론, 반면 안철수는 기존의 정당정치를 비판하며 무당파의 포지션을 취해 왔다”며 “논리적으로 두 입장이 하나가 될 유일한 방법은 기존의 정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 교수는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안철수 의원의 세력화와 관련해서 민주당이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최장집 교수가 최근 노동을 강조하며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중도파를 파고들려는 안철수 의원과 얼마나 호흡이 잘 맞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지향하는 첫 번째는 정책전문가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열려있는 완전 개방형 구성”이라며 “국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이라 생각하고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과제는 국민들의 삶의 문제”라며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