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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폴리뉴스] ‘제3신당’으로 야권재편 모색하는 안철수

2013.03.26  14:26:40

정찬  |  jchan@polinews.co.kr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 선거를 통해 본격 자기 정치를 시작했다. 이는 본격적인 야권재편의 출발점을 알리는 것이다. 그 타깃은 당연히 민주당일 수밖에 없고 야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민주당 또한 이에 긴장하는 상황이다.

안 전 교수로선 당장 노원병 선거라는 관문 통과가 당면과제이고 당락 여부에 따라 정치적 파급력의 차이 또한 천양지차겠지만 안 전 교수나 민주당의 시선은 선거 이후에 맞춰져 있다. 안 전 교수가 의회에 진출한 후 펼칠 ‘새 정치’가 미칠 파괴력 정도와 신당창당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나 민주당의 관심은 지금 안 전 교수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냐를 두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과의 정면승부를 의미하며 야권 헤게모니를 두고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간의 혈투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급속히 세력화되고 2011년 ‘안철수 현상’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세대구도’의 대표 ‘안철수 세력’과 30년 가까이 ‘지역구도’에 의지해온 ‘민주당’간의 전면전은 양 진영의 어정쩡한 분립이 아닌 한 쪽 진영이 다른 쪽 진영으로의 흡수 소멸을 강제하는 과정이기에 더 그렇다.

이는 안 전 교수가 ‘안철수 세력’만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고 ‘민주당’ 또한 호남만으로 정권을 도모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2016년 총선 전까지 두 세력은 헤게모니를 두고 결판을 내야하며 이 토대 위에서 야권이 재편돼야만 한다.

따라서 2014년 지방선거는 양 세력의 명암을 가르는 승부처가 될 것이며 이를 좁히면 ‘호남’이 승부의 최종 귀결점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여러 번 실패했던 ‘제 3신당’ 시도와 ‘안철수 신당’과의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다.

1992년 박찬종의 신정당과 정주영의 국민당, 1997년 이인제의 국민신당, 2002년 정몽준의 국민통합21, 2007년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2009년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을 두고 승부하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단일화 경쟁시 정몽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호남 지지를 두고 다투었으나 ‘국민통합21’은 전혀 달랐다. 민주당이란 아성에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정당의 외피를 둘렀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신당 지지율은 20%대 중반으로 10%대의 민주당 지지율을 약 두 배 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된다. 여기엔 호남민심이 민주당과 신당으로 양분되면서 수도권 등지로 파급되면서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자체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3월 18일 조사한 광주(700명)·전남(1천99명) 시·도민을 상대로 조사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광주지역 응답자들의 37.5%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35.8%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양분됐다. 전남의 경우 42.7%는 민주당 후보를, 29.4%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찍겠다고 했지만 신당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 세력’은 ‘가치 집단’, 세력의 안정성 떨어져

안 전 교수가 수도권에 탄탄한 기반을 가진 ‘안철수 신당’을 이끌고 호남에서 민주당과 각축전을 벌일 경우 민주당으로선 숨이 막히는 상황에 직면한다. 지방선거에서 신당이 호남을 양분하고 수도권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안철수 신당 쪽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 전 교수에게도 난제는 쌓여 있다. 가장 선결적인 과제는 자신을 지지하는 ‘안철수 세력’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유지 또는 확장해야만 한다. 지금 ‘안철수 세력’은 비민주당 성향의 야권지지층에 일부 여권지지층이 가세한 집단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안정적인 세력이 아니다. 모였다가도 흩어지고 흩어졌다가도 모이는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가치’를 중심에 두고 이동한다. ‘안철수 세력’은 안 전 교수의 ‘새 정치’란 가치를 보고 모인 집단이다. 안 전 교수의 ‘새 정치’가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언제든 흩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지역구도는 집단정서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가치를 흡인하는 괴력을 가지고 있어 웬만한 변화에도 세력의 흔들림이 적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여하히 이를 돌파하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 안 전 교수의 향후 정치행보와 그가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에 따라 ‘안철수 세력’은 언제든 부침을 거듭할 것이다. 그의 보여줄 ‘새 정치’의 밑그림이 불투명하거나 애매모호해도 안 되고 기존 정당문화의 답습이 돼서도 안 되지만 정당정치 현실을 외면해도 안 된다.

2011년 9월 대립과 갈등의 정치 청산을 표방했을 당시 ‘안철수 현상’에 구름처럼 몰렸던 세력이 불과 1년 뒤인 2012년 11월 단일화 국면에서 반감했다. 안 전 교수가 2012년 10월에 제시한 ‘새 정치’에 대한 밑그림에 실망한 층이 먼저 떨어져 나간 결과이다.

4.24 노원병 선거과정과 이후 정치행보에서 ‘새 정치’에 대한 큰 그림과 함께 이를 실현하는 콘텐츠도 보여줘야만 한다. 안 전 교수는 정치입문 전 ‘안철수 현상’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덴 성공했지만 막상 대선국면에선 정치비전 제시에 실패했다. 이를 극복해내는 것이 ‘안철수 세력’을 유지 또는 확장하는 열쇠이다.

지역구도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여론조사상 비민주당 지지층이 호남에까지 뿌리내린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나 이를 찬찬이 뜯어보면 기득권화된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에 대한 ‘회초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판단할 경우 민주당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제3신당’보다는 민주당과의 결합 모색할 가능성도

이러한 논리는 민주당 쪽이 안 전 교수에게 민주당 입당을 종용하며 누누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는 달리 ‘안철수 신당’의 ‘새 정치’가 민주당을 압도해내지 못하면 ‘안철수 세력’이 역으로 민주당에 흡수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 경우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 변화의 ‘자극제’로 운명을 다하는 게 된다.

안 전 교수로선 신당을 도모하기보다는 ‘민주당’과의 결합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정치적 협상력 제고가 절실하기 때문에 신당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하겠지만 자신의 경쟁세력인 문재인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노세력이 뒤로 물러설 경우 언제든 민주당 내 ‘안철수 우호세력’과 함께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안 전 교수는 비록 지난 대선국면에서 이해찬 전 대표 등 친노세력과 불화를 보였지만 민주당과 척을 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 비주류세력과 상당한 교감을 가졌다. 민주당내 우호세력의 존재는 그에게 오히려 자산이다.

‘안철수 신당’을 만들 경우 참여인사 면면이 안 전 교수의 ‘새 정치’에 부합되는 인사들로 구성되기보다는 기존 정치권에서 수혈될 가능성이 큰 것도 부담이다. 진열상품이 민주당에서 내놓은 인물에 못 미칠 경우 져야할 리스크가 크다.

분명한 것은 안 전 교수가 개인적으로든 ‘신당’을 통해서든 지방선거 전 민주당과 결합할 경우 그의 ‘새 정치’ 명분이 민주당을 통해 실현돼야 하며 그리고 자신이 당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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