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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WORD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우리 딸이 태어난 이 후 첨으로 한 욕은 "꿀꿀꿀 꿀때지!" 였습니다. 

내가 하늘만큼 사랑하는 우리 딸이 아직 말을 배우기도 전인 아주아주 어린 아기였을 때, 고 녀석은 그렇게 내게 욕을 했더랬습니다.

나와 집사람이 말다툼하는 걸 맑은 눈 빤짝이며 지켜보던 그 어린 애기가 어느 순간 엄마 편을 들어 "꿀꿀꿀 꿀때지" 하면서 나에게 항의를 하는 거 였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깜짝 놀라 싸움을 멈춘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집사람과 다투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지금도 그렇습니다. 물론 다투고 싶을 때가 왜 없겠습니까만 말보다 욕부터 배운 고 녀석이 제게 준 충격의 가르침이 머리에 새겨진 탓에 지금까지 온 겁니다.

이렇듯 욕은 상대방을 놀래키기도 하지만 각성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물론 기분은 나쁘겠지만 그와 비례해서 효과도 꽤 있는 거 같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길거리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팝음악 소리에 내리는 비를 흠뻑 맞으며 듣고 서 있었던 때가 있을 정도로 20대를 지나오면서 까지 그 흔한 시바 소리 한 번 해 보지 못 했던 순둥이였습니다.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 덕분에 지금은 아주 능숙한 욕쟁이로 변해버렸지만 내 나이에 달라붙어 있는 그러한 색바래고 오염된 나이테가 나는 싫습니다. 

정치인을 향해 스스럼 없이, 망설임 없이 욕질을 해대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서 심하게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런 걸 보면 난 아직 욕에 대한 거부감을 다 털어내지 못 한 감성어린 세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습니다.

비를 맞으며 행길에 서서 음악을 듣던 그 때로 돌아가 나이 어린 소년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하늘이 보일 때 마다, 하얀 구름 떠있는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면서 그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욕하는 나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 때 그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그 어린 소년이 저 앞에서 다가오는 게 보입니다.

한 해를 맞이하는 첫날 첫 새벽에도, 나는 그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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