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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WORD

'안철수'의 국민의힘 합당을 반대한다

2012년 어느 날, 안철수가 대권을 양보하던 그 순간을 나는 잊지 못 한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사라지는 걸 온 몸으로 아프게 느끼며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그 때 그는, 내 눈에 비친 안철수는 결코 솔로몬의 어머니 모습이 아닌 대권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 하는 심약한 패배자의 모습으로 내게 투영돼 다가왔었다.

 

그리고 2014년, 민주당과의 통합을 지켜보면서 그를 꼬여낸 김한길에 대한 분노와 함께 안철수의 정신이 사라지는 걸 애써 담담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김한길 따위의 보이스피싱질에 홀라당 넘어가는 안철수의 나약함을 속상해 하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물었다.

 

그 때의 그는 더 이상 구태정치를 몰아내 줄 큰 바위의 얼굴이 아니었다. 두 번의 실망스러운 행보로 인해 단지 한 사람의 직업 정치인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생각했었고 그렇다면, 여의도를 맴도는 평범한 군상중의 한 사람이라면 내가 더 이상 그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꿀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이제 또 얼마큼의 세월을 기다려야 되는가 하는 절망감으로 한참을 힘들어 했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를 새정치의 장으로 불러냈던 큰바위의 얼굴 안철수는 이렇게 저렇게 두 가지 정치적 변화를 통해 내 곁을 떠나가 버렸던 거다.

 

2012년 대선출마를 선언하던 그 때 나는 안철수의 얼굴에서 새로운 정치가 시작된다는 새정치의 신호를 분명히 보았다고 확신했었다. 저 사람을 통해서 어쩌면 새로운 정치구도가 이 땅에 정착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내 곁에 다가왔었고 그렇게 그는 내마음에서 지워졌다. (그런줄 알았다)

 

그리고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워진줄 알았던 그는 여전히 내 마음에 큰바위의 얼굴로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 그가, 그렇게 내 마음에 아픔을 남겨주었던 안철수가 또다시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었던 국민에게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또 안기려 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나의) 기대와는 달리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또 다시 구태 기득권의 소굴로 들어가려 한다. 과거의 실망을 이제 겨우 지우고 안철수 에게서 새로운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를 쓰고있는 데 그는 과거 민주당과 실패했던 그 웅덩이에 또 다시 들어가려 한다.

 

아마도 그는 그가 맘만 먹으면 정권교체 정도는 쉽게 이뤄낼 수 있을 힘이 있다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천지개벽이 일어나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아마도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안철수는 국민의힘에 들어가 새정치의 정신의 묘목을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들고 정권창출을 이뤄내긴 커녕 민주당 합당 시즌 2를 국민에게 보여주며 다시 쫒겨날 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추악함을 경험했으면서도 아직도 그걸 모른다는 사실에 나를 안타깝게 만든다. 저 놈들의 극악스러움을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그 악마들의 소굴로 들어가 생존하려면 그 들과 함께 구태의 오물을 같이 뒤집어 써야 하는데 (그러면 안철수의 정신도 같이 사라지는데) 그걸 거부하는 독야청청 안철수를 어느 누구라서 같은 식구로 받아줄 수 있을 것인가. 민주당에서도 그래서 밀려나지 않았는가.

 

두 번 실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안철수의 정신' 은 구태 기득권을 몰아내고 안정된 국가를 재건하는 데 있는 것이지 합종연횡으로 구태와 한데 뒤섞여 춤을 추라는 게 아니다. 또 그렇게 하라고 자연인 안철수를 국민이 불러낸 게 아니다. 그럴 것이면 정치 하겠다는 사람 천지에 널렸는데 궂이 안철수를 불러낼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왜 안철수가 그런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 들속에 섞여있는 한 안철수는 더 이상 우리의 '큰바위의 얼굴'일 수가 없지 않은가.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안철수의 정신이 거의 다 소멸됐듯이 국민의힘과의 합당으로 그나마 남아있는 '안철수의 정신'을 다 까먹지나 않을까 겁난다.

 

아주 심하게 겁난다.

 

과연 안철수는 골리앗을 이겨 낼 무공과 튼튼한 갑옷은 갖춰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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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큰 바위 얼굴의 환상은 이제 어느 정도 퇴색돼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철수를 대한민국 유일한 정치인다운 정치인으로 굳게 믿는 이유는 그 만이 이 나라를 안정적인 반석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정치인이란 생각은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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