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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911] 새정치란 국민의 손가락을 자르지 않게 하는 것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한겨레의 매가톤급 펀치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한겨레에 한 방의 소스를 제공한 쪽은 민통당 김기식 의원이다.

 

김기식은 참여연대에서 잔뼈가 굵은 시민사회운동 출신, 그에게 권력자들의 시커먼 속내가 담긴 소스가 풍부하게 제공되리란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만수의 해외비자금(이름은 근사하지만 실은 여차하면 튀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외국에다 몰래 감춰둔 돈... 해명이 어려운, 즉 불법적으로 챙겼을 개연성이 높은 검은 돈) 소스를 김기식이 취득한 것은 김기식만이 가진 특장점이란 얘기다.

 

김기식은 이를 한겨레에 제공했고 한겨레는 오늘 자 신문에 1면 탑과 2면 상단부를 차지하는 대형기사로 취급했다. 기사에도 나왔지만 그가 2억에 가까운 돈을 ‘소급납부’할 정도면 그의 비자금은 ‘사실’이었으므로 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을 맷집을 가진 공직 후보자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여기서 그가 버티려면 청문회에서 그 비자금의 생성과정을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이 용인을 받더라도 지난 몇 년간 탈세한 사실을 해명해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어렵다. 비자금의 생성과정과 해외에 예치한 이유는 어떤 변명도 사실로 입증되기 어려우며, 세금의 ‘소급납부’행위는 말은 자진납세이나 실은 추징세금을 납부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한 후보자는 지난 20일 세금 탈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일부 소득이 신고 누락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세금을 자진 납부했다. 처음부터 꼼꼼히 챙겨서 신고하지 못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이라고 쓰고, <한 후보자가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국외 비자금 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쓴 점으로 미뤄보면 더욱 추징된 세금을 납부했을 개연성이 더욱 크다.

 

결국 이런 여러 사안을 ‘해명’이라는 ‘거짓말’로 피해갈 수 없음을 직감한 한만수 후보자는 ‘사퇴’라는 말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김앤장’과 공정위의 밀월관계는 일단 깨지게 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른 ‘김앤장’을 발탁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깨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한만수의 실각으로 박근혜에게 발탁되었다가 ‘체면만 구기고’ 고꾸라진 사람은 일곱 명째가 되었다. 그렇다고 고꾸라지지 않고 직을 받은 사람들이 건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들 중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론에게 이미 부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 성적표가 이렇다. 취임 한 달까지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이 44%, 석 달 전 자기가 얻었던 51.6%에서 7.6%가 빠진 수치다. 이 정도면 오차범위를 감안해서  최소 4%, 최대 11%의 유권자가 ‘대통령으로 박근혜가 좋습니다’라고 투표하고는 석 달 만에 ‘제 투표가 잘못되었습니다’라고 사과한 것과 진배없다.

 

그래서 나는 영도다리 밑이나 또는 낙동강의 여러 다리 밑, 그리고 한강의 다리 밑도 자주 청소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혹여 잘라진 손가락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외국인들의 눈에라도 뜨이면 안 될 것 같아서다. 김영삼에게, 노무현에게 이명박에게 투표했다가 잘라서 다리 밑에 버린 손가락들이 많았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각설하고......그러함에도 제1야당이라는 민통당에겐 국민들이 더 관심이 없다. 그러니 잘라진 손가락과 잘라질 손가락들이 불쌍하다.

 

손가락을 잘라 낼 정도로 통곡하는 국민들은 많아지지만 이 통곡소리를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가슴에 안아 따뜻하게 토닥거려 줄 정치세력과 정치인이 없는 나라...취임 한 달짜리 집권자의 지지율이 국민 과반에도 못 미치지만 이 집권자와 집권 세력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 지지율은 그 반에 반도 못 된다는 현실, 이게 지금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오늘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이번 4월 24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부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무공천’에 대한 협의를 했다고 한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페지, 이는 지난 해 대선 가도에서 안철수가 ‘새정치’ 주장하면서 기존 정당들이 새정치의 가시적 행동으로 들고 나온 이슈다. 이 이슈는 최소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이라도 정당공천제를 없애면 지역의 이전투구와 불법 정치자금 상납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는 최소한의 제도란 것이 여야 정치권의 암묵적 합의사항이었다.

 

이 이슈를 새누리당이 다시 오늘 점화시킨 것이다. 왜? 안철수가 이번 4월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새정치 희구세력의 총아가 되는데 반해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실패로 지지율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음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함을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돌파구로 새정치 흉내라도 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안건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도 현재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국회 본회의 중 스마트폰으로 누두시잔을 감상하다가 들킨 심재철 최고위원이 강력 반대했다고 언론들은 쓰고 있다. 국회본회의 중 누드사진을 보는 것은 괜찮은데 기초단체장 공천권을 내놓는 것은 안 된다는 심재철 같은 이가 최고위원인 여당...하지만 민통당은 아예 그런 사람조차도 없다. 새정치가 구호로만 이뤄지기 힘든 현실적 요건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새누리당은 돌파구라도 찾으려 한다는 점이 민통당과 다르다는 것이 여기서도 증명된다. 민통당은 이런 몸부림도 없다는 점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외명당하고 있음이 여론조사에서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안철수가 가야 할 길은 결국 이런 현실적인 요건을 뛰어넘는 위치를 찾는 것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반론이 만만찮고 민통당은 아예 건드려볼 수도 없는 작은 부분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배제 안건이지만, 안철수는 이를 뛰어넘어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새정치, 안철수가 말한 국민이 이해하는 정치, 국민이 행복해하는 정치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안철수가 할 일이다. 다시 말하면 유권자들이 손가락을 잘라 다리 밑으로 던지지 않아도 되는 정치를 보게 하는 일, 그것이 안철수가 가야 할 길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