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05 13:02
오연호, 권우성, 이주연, 장윤선
안철수 "이상한 사람이 또 서울시 망치면 분통터질 것"
▲ 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 권우성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4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또다시 이상한 사람이 서울시를 망치면 분통 터질 것"이라며 "그것이 서울시장 출마 고민의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무상급식 투표) 등 여러 일 때문에 서울시장 자리가 열렸는데, 정말로 자격없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출마 고민을 시작했다고 했다.
안 원장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그런데 왜 아직 출마여부가 반반이냐"고 묻자 현재로서는 박원순 변호사와의 관계가 가장 크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행정과 정치를 하려면 최소한 10년을 해야 할텐데 이 분야에서 내가 지속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확신이 안서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어떤 일을 선택할 때의 판단 기준이 세 가지가 있는 데 이 중 한 가지의 의문점이 풀리지 않아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의 판단 기준은
"(1)내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 (2)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 (3)실제로 내가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이다.
안 원장은 "오래 전부터 (서울 시장직에) 의미(1)를 느꼈는데 (2)와 (3). 그러니까 '과연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의 의문이 풀리지 않아 (출마를) 거부했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서 세 번째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안 원장 스스로 행정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한 기업의 직원이 300명이 넘어가면 대기업이 되는데, 이것은 300명 정도를 경영하면 3만 명을 경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며 "나는 500명 이상을 경영해봤기에 조직관리를 잘 할 수 있고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걸 극복하면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대학교에만 있던 분이나 정치만 하는 분보다는 (나의 행정)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정치를 하게 되면 최소한 10년은 해야할텐데..."
남은 의문점은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것. 오연호 대표기자가 "행정·정치를 하게 되면 최소한 10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안 원장은 "그렇다, 고민의 지점이 거기에 있다"며 "이번만이 아니고 그 이후로도 정치인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답했다.
안 원장은 "나는 자기 발전이 중요한 사람이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살아왔는데 정치로 들어서면 자기 발전의 기회보다는 내가 가진 걸 소모해야 한다"며 "또한 나는 수평적인 사람인데 정부 조직은 내가 아무리 수평적 리더십을 갖고 있어도 조직을 수평으로 만들면 곤란하다, 이런 것들을 10년 이상 견디는 게 가능할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는 자기가 편한 방식대로 경영을 하면 안 되고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기를 개조해야 한다"며 "정부 조직에 들어가면 자기 개조가 필요한데 (이것을) 10년 이상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얘기했다. 지난 6.2 지방선거 이전부터 여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받은 그로써, '서울시정'에 대한 고민이 축척돼 있었다.
안 원장은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교통난과 주차난이 굉장히 심각하다"며 "그걸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노상 주차장에 센서를 설치해 공공데이터화한 후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어디에 주차 자리가 비는지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공공 데이터를 공개하면 시민들이 이를 가공해 좋은 정보를 만들어 창업해 일자리까지 생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안철수-오연호 인터뷰 관련 발언 전문이다.
"시장 자리가 열렸는데 이걸 또 이상한 사람이 망치면 분통 터지는 일"
▲ 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 권우성 |
"행정이기때문에 고민을 시작한 것이라기 보다는....당장 이렇게 여러 일 때문에 (서울 시장) 자리가 열려있는데 이걸 또 이상한 사람이 망치면 분통 터지는 일이다. 그게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정말로 자격 없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에서다. 내가 정치인이 아니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말씀한대로 서울시장은 정치적인 자리다.
선출되는 과정도 정치인으로서 감당해야할 것이다. 일을 하면서 의회와 풀어가는 과정도 정치다.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행정적으로 바꿀 일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정치적 역할보다 행정적 역할 비중이 많은 게 서울시장이다."
- 서울시의 무엇을 바꾸고 싶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다. (지금 서울시는) 완전히 하드웨어에만 매몰돼서 남에게 보이는 사업만 (진행) 돼왔다.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실제로 사는 사람의 불편함, 위기 관리는 도외시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예를 들면, 도로 표지들이 무원칙하다. 직진하다가 갑자기 좌회전이 생기고 이런 것들이 통일이 안 되어 있다. 교통 막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관심도 없다. 주차난도 굉장히 심각하다. 그런 걸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노상 주차장 등에 요즘 같으면 센서를 설치할 수 있다. 이것을 공공 데이터로 만들면 서울시에서는 그것을 이용해서 스마트폰 앱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어디에 자리가 비는지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에너지 문제, 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선진국은 다 공개한다. 그러면 데이터를 시민들이 가공해서 좋은 정보를 만들어 창업한다. 국가 보완과 상관 없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알리면 일자리가 생긴다. 저 사람들(정치인들)은 그런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다. 평생 자기만의 전문 분야를 갖지 않으면 그런 아이디어를 갖기 쉽지 않다.
선진국·후진국 구별의 가장 큰 기준이 위험 관리다. 비 많이 오면 어떻게 대처 하는가 등의 것들이 다 위험 관리다. 이런 투자를 하면 땅 밑에 들어가는 돈이라 '시장이 뭐 하는 거야' 욕 듣기 좋은데 그렇더라도 해야 한다. IT도 중국에서 대규모 해킹을 당한다. 눈앞에 보이는 데만 하는 게 아니라 10%의 예산은 위험 관리, 유지 보수에 써야 한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가 그런 걸 안 한다."
- 이전에 한나라당에서도 서울시장 후보로 추천 받은 걸로 알고,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선거에 한번 나서볼까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고민이 축적됐나.
"(출마를) 하느냐 마느냐 고민은 계속 해왔다. 무조건 거부는 안 하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했다. 난 내부 검증이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정말로 모든 판단을 세 가지에 비춰서 한다. (1) 내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 (2)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 (3) 실제로 내가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하다.
(서울 시장직에) 의미를 느끼는 건 옛날부터였다. 그런데 과연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의 의문이 있었다. 항상 이렇게 두 가지 의문 풀리지 않아서 거부했는데 최근 들어서 세 번째가 풀렸다. 행정이 별 게 아니더라. 어떤 분들은 정치논리로 폄하하는 게, 중소기업 해봤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큰 행정을 하냐고 한다. 그렇게 지적하는 사람은 본인이 '행정능력 내지 경영 능력이 없다고 고백한 것'이라고 본다. 나처럼 조직 관리를 해 본 사람은 그런 말 들으면 피식 웃는다.
수영하는 사람은 수심 2m나 태평양이나 똑같다. 직원이 300명이 넘어가면 대기업이 된다. 왜 그렇게 분류하냐, 300명 정도를 경영하면 3만 명을 경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500명 이상을 경영해봤다. 조직 관리가 안 될 리 없다. 난 무에서 유를 만들었고 여러 난관을 극복했다. 조직이 잘되기만 했으면 경영 능력 검증이 안 되는데 한 번 꺾였을 때 그걸 극복하면서 능력이 검증된다. 나는 그걸 했다. 대학교에만 있던 분이나 정치만 하는 분보다는 (내) 능력이 뛰어나다.
경영과 행정은 다르다고들 한다. (이번에) 대학 와서 행정을 해봤다. 물론 대학 행정이 조금 더 쉽지만 대학 행정이나 정부 행정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 행정만 해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처럼 큰 경영을 한 사람은 안다.
경영에서는 '어떻게 돈을 버냐, 돈을 벌었을 때 어떻게 인사 평가를 하고 보상하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행정은 돈을 안 벌어도 된다. 국민 세금 내지는 학생들 등록금으로 하면 되니까 돈 벌 고민이 없어진다. 공무원 조직은 해고를 할 수도, 월급을 두 배로 줄 수 없다. 보상도 마음대로 못한다. (경영과 행정은) 포커스가 완전히 다르다. 행정은 돈을 버는 데 대한 고민은 중요하지 않지만 '이 돈을 어떤 분야에 어떤 시기에 얼마를 쓰느냐, 자원에 대한 전략적인 배분'이 가장 중요하더라. 둘째는 회사는 자기가 번 돈이면 마음대로 써도 정당화 되지만 이 (행정 분야의) 돈을 쓰는 건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기업 CEO가 장관·행정직을 맡으면 실패하는 게, CEO는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공적 개념을 가진 CEO여서 사회 공헌을 생각하며 수익성 있게 경영을 해왔다. 정치만 한 분, 변호사 하다가 시정하는 분에 비하면 실력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조직에 들어가면 자기 개조가 필요한데..."
-'지속적을 열정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의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나.
"내 고민도 그 부분이다."
- (시장에 당선되면) 일단 4년 동안 행정·정치의 영역으로 옮기는 걸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번 그 길로 갔으면 최소한 10년 은 해야 그 분야에서 뭔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이번 선택에서 그것도 고려하나.
"고민의 지점이 거기에 있다. 이번이 아니고 그 이후로도 정치인으로 살 자신이 있나? 없다. 그게 내 고민의 지점이다."
- 어떤 점에서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사람들한테 대접받으면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나는 자기 발전도 중요한 사람이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도와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로 들어서면 자기 발전의 기회보다는 내가 가진 걸 소모하면서 도와줘야 한다. 지금껏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르다. 10년 간 그런 삶을 견딜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고민이다.
또한 나는 수평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정부 조직은 내가 아무리 수평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어도 조직이 수평이 되면 곤란하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10년 이상 그게(유지하는게) 가능할까.
나는 그건 안다. CEO가 자기가 편한 방식으로 경영하면 안 되고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기를 개조해야 좋은 CEO가 된다는 것이다. 30명을 경영하는 CEO가 될 때는 내가 가진 걸 다 버리고 다시 짜 맞췄다. 정부조직에 들어가면 자기 개조가 필요한데 (이것을) 10년 이상 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들이다."
- 한 번 들어가면 10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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