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키로 하면서 정치권에 다양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일단 곤혹스런 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이후 책임론과 당의 무기력론 등 사면초가 상태에서 당을 추스려야 할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에서 ‘원군’이 나타났습니다. 원군은 다름아닌 박근혜 정부였습니다.
새 정부는 총리 내정자가 각종 비리의혹에 휩싸이며 자진 낙마하고, 연이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김종훈 미래과학부장관 내정자 등 조각의 문제점이 연일 대서특필되는 상황을 즐겼습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도 강경 모드로 나서니 민주당은 관심을 ‘외부’로 돌릴 수 있었지요. 정부출범에 대한 국민적 책임이요? 웃기는 소리지요. 정부출범이 늦춰지는 것, 정부여당이 아쉽지 야당이 무슨 책임이 있나요.
솔직이 지금 정국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지요. 박근혜 정부의 연이은 ‘자뻑’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역대 최저인 상황, 민주당 주류는 내심 이렇게 가면 4월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5월 4일 전당대회도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민주당은 심각한 책임론이 나오고 일부 ‘성깔있는’ 의원들은 당을 박차고 나갔을 겁니다. 칼을 갈고 있던 민주당 비주류나, 이 기회에 당권을 움켜쥘 생각이던 김한길 의원도 ‘움찔’ 하고 있습니다. 엉뚱하게 박근혜 정부가 ‘자뻑’에다 ‘강수’를 두며 민주당 주류를 도와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창 ‘꽃놀이패’를 즐기던 민주당에 안철수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민주당으로서 안철수는 애매한, 또 뜨거운 감자같은 존재입니다. 환영할 수도, 또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안 전 교수가 다른 곳도 아닌,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고민스런 대목입니다.
안철수 전 교수는 왜 이 시점에 정치복귀를 선언했을까요. 박근혜 정부의 문제와 민주당의 지리멸멸이라는 기성 정치권의 빈틈을 안 전 교수가 파고 들었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이번 보궐선거에 나서는 것은 본격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원병 지역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이른바 ‘안기부 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잃은 지역입니다. 야권 연대의 상징적 지역입니다. 안 전 교수가 노회찬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지만 당장 진보정의당에서 반대 주장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이나 진보정의당이나 곤혹스런 입장입니다. 야권의 입장에서 정치 재개 타이밍이나, 지역구 선택에서 안 전 교수는 대단히 미숙한 결정, 아마추어적 결정을 한 것입니다.
지난번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하고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진심으로, 성심껏 도왔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습니다.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라는 말이 나온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미숙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안 전 교수는 ‘정치적 고단수’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투표를 하고 선거결과를 보지 않고 출국해 버린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도 맞추지 못한 선거 결과를 예측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신과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후자였을 겁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든,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든 ‘조연’인 자신이 설 자리는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겠지요. 그런면에서 안 전 교수는 정치적 고단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 전 교수는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할까요? 아니면 무소속으로 출마할까요? 지난 대선전에도 입당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요. 게다가 대선패배의 후유증을 안고 있는 민주당에 자신의 몸을 맡길 이유가 없지요. 특히 ‘안철수발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선 무소속이 적당하지요.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지난 대선때 도와줬으니 민주당이 별도 후보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을 겁니다. 그런점에서 안 전 교수는 정치적으로 고단수 입니다.
하지만 자신발 정계 개편은 곧 야권 분열이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원칙적인 진리를 생각한다면 무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소심한 정치’이지요. 민주당이 평가했듯이 그가 제2의 정몽준이나, 문국현과 같은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될 가능성도 높고요. 과연 안 전 교수가 정치적 아마추어일까요? 아니면 고수일까요? 천천히 지켜보며 판정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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