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2012.11.27
http://blog.daum.net/dmkim2010/131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에서 첨예하게 맞섰던 부분 중 하나가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관한 부분이었다. 안철수가 처음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했을 때 반대가 많았다. 이 반대의견에 대해 안철수 캠프의 대응이 빗나감으로 해서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그 맥락을 살펴보기로 한다. 안철수 '현상'의 '실체'는, 진보정당은 믿음직스럽지 않고 민주당에는 마음을 줄 수 없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새 정치를 구현해 줄 제3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었)다. 이 유권자들은 대선 때마다 박찬종 정몽준 문국현 등으로 이어지는 제3의 후보를 찾았고, 안철수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이들은 중도가 아니다. 대부분 진보를 지향한다. (10월29일부터 EBS가 3부작으로 방영한 『킹메이커』의 2부 「중도파에 중도는 없다」를 보면, 평균적으로 중도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사안에 따라 보수와 진보의 의견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입증해보인바, 안철수 지지자들은 대체로 진보성향이라는 판단이다.)
현상은 감성과 주관의 영역이고, 실체는 이성과 객관의 영역이다. 객관적 실체는 다양한 파편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 파편들이 감각기관에 의해 주관적으로 포착되는 것이 현상이다. 이 현상을 두고 이성의 사유과정을 통해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무당파(중도가 아닌) 유권자들은 현재 모습의 정당정치, 특히 민주당을 부정하고 있으며, 그 감성의 판단으로 국회의원을 100명 줄이자는 안철수의 제안에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 안철수는 그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문재인은 그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성적 판단으로는 합리적 제안이 아니다. 그래서 이성의 정치를 하는 문재인과 정치학자 및 시민단체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복지국가는 큰 정부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정부를 감시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하는 국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성적 판단이니 안철수의 제안에 반대했던 것이다.
여기서 안철수(캠프)는 실수를 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기득권 지키기라고 받아친 것이다.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그렇다고 해야 하는데 기득권집단의 반발로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 비판은 민주당에 대해서만 정당하다. 이 때 안철수를 지지했던 지식인들이 많이 돌아섰던 것 같다. 사실 안철수도 '안철수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할 수 있다.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쉽지는 않다. 지지자들에게는 감성으로 대하더라도, 합리적 이미지를 동시에 구축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문재인과 민주당도 국민의 정서를 파악하여 국회의원 정수를 100명 줄여 200명으로 하자는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쟁점이 되었던 '조정'도 꼭 100명이 아니더라도 축소하는 의미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의 제안과 지지자들의 정서도 틀렸다고 할 수만은 없다.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지금까지 국회(의원)가 보여준 모습으로는 수만 많다고 잘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 전혀 역할을 하지 않고 세비만 축내는 국회의원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박근혜나 정몽준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에도 비슷한 위인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일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이성적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 헤겔이 나서도 납득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안철수의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안철수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정해서 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0명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안철수와 그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기득권 내려놓기의 가시적 모습이다. 200명으로 못해낼 것도 없다.
현실적으로는 300명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치학자나 시민단체 등 반대하는 지식인그룹을 제외하고 민주당만 볼 때, 자기 지역구를 지키려는 심보를 가진 의원들이 다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민주당을 지지하(고싶)지 않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정서를 자극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를 만나기 전에 이 부분부터 확실히 하는 것이 순리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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