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당 대표에 출마한 이유

안철수의 대표 출마를 반대하셨던 분들의 생각은 첫째 '아직 때가 아니다' 라는 것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가 확실한 지금, 성급하게 나섰다가 차기 대선의 기회마저 잃는 실수를 왜 범하려 하느냐가 두 번째입니다. 저 역시 같은 우려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명석한 혜안을 가진 안철수가 그 생각을 못 했을리 없습니다. 그 역시 우리가 우려하는 것 처럼 지금은 때가 아니란 생각을 똑같이 했을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왜 자숙의 기간을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기간으로 활용하려 않고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섰을까. 그걸 우리는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전에 그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의 국민의당이 기치로 내 걸었던 창당정신 그대로 잘 유지가 되고 있다면 그는 지금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의 시스템이 제대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민주당과 합당하려는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으며 당대표를 몇몇 고문과 중진들이 이미 결정해 놓고 요식행위 전당대회를 만들려 한다는 유언비어도 들리는 지금입니다.

정동영은 극좌파 노선에 몸담았던 사람입니다. 만약 정동영이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의당의 정체성인 중도노선이 망가지고 극좌쪽으로 방향선회하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는 국민의당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지 당 정체성에 대한 발언은 한 마디도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안철수의 창당 정신과 달라도 너무 다른 정체성입니다

안철수의 출마 성명서에 들어있는 '극중'이란 단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가 중도를 지향한다는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극중'이란 단어를 궂이 성명서에 넣은 건 이런 우려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천정배의 경우는 또 어떻습니까. 국민의당 창당 초기에 김한길과 함께 김종인의 밀사 최재천을 만나 "안철수 빼고 민주당과 합치자" 고 밀당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기회만 있으면 연대와 합당을 바라는 그의 생각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당 중진들은 잘 하고 있습니까. 기회만 있으면 안철수를 비난합니다. 안철수의 말, 행보 하나하나에 시비거리를 만들어 그를 비난합니다. 대선 기간중엔 정동영이 "사드 공부를 얼마나 했느냐"고 기자회견 까지 열어 안철수를 비난했습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그랬습니다.

거기까진 좋습니다. 여당과의 협치를 명분으로 야당과의 공조까지 깨 가면서 여당 손을 들어주는 2중대의 역할에 충실했던 건 우리 모두가 본 그대로입니다.

꼴딱꼴딱 숨이 넘어갈 지경에 빠져있는 국민의당이 안철수가 자숙하는 동안에,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국민의당의 존재가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은 너도 느끼고 나도 느끼는 현실입니다. 안철수가 아니라도 많은 지지자가 공통적으로 갖고있는 불안감입니다.

안철수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내세웠던 창당 정신과 선명 중도의 기치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민주당의 친노·친문 계파 패권주의를 타파하고 기득권 정치구조를 바꾼다는 기치를 내걸었던 걸 우리는 잊고 있는것 처럼 보여집니다

그 이유로 안철수는 마지막 승부를 걸고 나온겁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물러나 정치생명을 잃는다 해도 국민의당은 살려내겠다는 의지로 나온겁니다. 이게 바로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사즉생' 입니다

내가 보기에 국민의당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 외에 아무도 없습니다. 설사 여러분이 부정한다 해도 어쩔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국민의당 중진들이 당내에서 저지른 분탕질을 볼 때 이들이 당을 살려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 공감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여러분, 안철수의 결단을 믿고 그가 던진 승부수를 지지해 줍시다. 그래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그에게 쏟아졌던 부정적인 시선을 일소하고 멋있는 성공을 이룬 그 때 처럼, 이번에도 당대표 선거에 나선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그래서 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할 기회를 줍시다.

우리 모두 그에게 힘을 실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