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모호하지 않습니다.
2013.09.19
안철수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 '우리가 열망하고 바라는 사회와 국가' 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서 처음 새정치의 화두로 던졌습니다.
그 책을 통해서 동물원으로 표현된 대기업, 그리고 복지, 통일, 성장, 교육, 노동, 그리고 소통부재의 정치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가 바라는 사회, 그가 원하는 국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정치'에 대한 그림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국민에게 물었고 국민이 긍정적으로 판단해 준다면 정치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3일, 정치참여를 선언한 후 첫번째 일성으로 정치권을 향해 '정치개혁안'을 던졌습니다. 의석수 축소,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등 그가 던진 개혁안은 구태에 안주하고 있던 정치인들로 부터 당연히 반발을 샀습니다. 예상하고 있던 수준의 반발이었습니다. 안철수가 화두로 던진 정치개혁안에 대한 의미를 아는 국민의 생각과 달리 문재인을 포함한 구태 다수가 그 의미를 왜곡해서 해석하고 축소하는데만 집중했습니다.
곧바로 이어서 안철수의 정치공약, 차기정부의 7대 비전과 25개 정책과제, 171개 정책약속 및 850여개의 실천과제를 담은 `안철수의 약속'을 11월 11일 발표했습니다. 이 공약집에는 이전에 안철수가 이미 발표했던 혁신경제, 재벌개혁, 금융개혁, 사회통합적 일자리 등을 포함한 노동정책, 사회적 경제, 문화예술, 사회복지, 보건의료, 아동청소년, 정보기술(IT), 농어업 등 정책과제를 담았습니다.
이렇듯 안철수는 이미 여러번 '새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그리고 국가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정치적 방향에 대해 충분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새정치를 향한 그의 행보는 기득권층의 집요한 방해로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단일화란 이름에 그와 새정치의 발목이 잡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안철수, 지금은 대선후보가 아닌 국회의원 신분입니다. 국회의원의 위치에 있는 안철수에게 우리는 대선후보의 목소리만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시위, 지금의 정국 경색에 대한 해결의 열쇄를 내 놓으라고 강요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집권을 하고 있는 박근혜, 노숙의 현장에 있는 김한길의 위치에 안철수가 서 있기라도 한것처럼 김한길과 박근혜가 아닌, 그만이 모든것을 풀어야 하는 당사자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단일화란 이름과 정치적 방해로 그의 손과 발을 묶어 뒤로 물러서게 만든 사람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모호함'이란 이름으로 안철수의 폄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후보가 아닌 국회의원의 신분인 안철수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은 모두가 잠시 잊고 있는것 같습니다.
단일화란 이름으로 새정치의 칼은 잠시 빼앗겼지만 바로 그 이유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간다" 의 스텐스를 유지하면서 언젠가 새정치의 칼을 다시 손에 잡을수 있는 그 때를 위해 지금 긴 준비를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그 행보가 모호함이란 딱지가 붙어 계속 회자된다 하더라도 그의 뚝심과 그의 생각이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는 믿습니다.
그는 모호하지 않았고 모호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