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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과연 큰바위의 얼굴인가.

hookstory 2013. 8. 10. 01:48

대선 전, 단일화 논의로 한 참 정국이 정신없이 돌아가던 때의 얘깁니다. 해가 진 후, 친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당연히 선거 얘기가 대화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안철수의 등장이 "정치판을 바꾸는 정치혁명을 만들어낼 것 같다" 라고 뭣 좀 아는척 하며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이 색기, 엄청 순진한 놈이네. 정치는 니 말처럼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뀌는게 아냐. 우리가 새누리를 찍어 주는게 새누리가 잘 해서 그런게 아니고 어차피 똑 같은 놈들이니 어느 누구에게 표를 던져준다 해도 아무것도 달라질게 없기 때문이야. 임마. 애들처럼, 어디가서 그런 얘기 하면 병신소리나 들어." 라는 말을 제게 했습니다. 마치 하는 짓이 귀엽다는 듯이..


그리고 그의 말은 이어졌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어설프게 민주당이 들어서도 이놈저놈 다 뜯어먹고 나갈 거 아니겠니? 새누리도 마찬가지로 그 짓을 할게 뻔한데 그나마 새누리는 먹어 본 경험 이라도 있으니 뜯어 먹은 자리를 민주당 처럼 풍지박산으로 어질러 놓지는 않을거란 얘기야. 내 얘기는.. 그러니까 처먹어도 점잖게 먹을 만큼만 먹을 놈을 찍어준다 이거야."


여러분은 페북에서, 트윗에서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진심으로 올바른 정치를 갈망하고 나라 걱정을 하기 때문에, 이미 특정 정당에 몸 담고 있기 때문에, 정당 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특정 정치인을 좋아하는 빠돌이 빠순이니까. 정도 겠지요? 


여기서 빠진게 하나 더 있습니다. 지지 정당으로 부터의 한 자리, 또는 떡고물을 기대하는 부류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 제가 페북과 트윗을 오가며 안철수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글질을 지켜 보시던 어느 분께서 제게 말씀 하셨습니다. "온라인에선 아무리 떠들어도 캠프에서 인정을 한 해줍니다.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지지 운동을 하시는게 더 확실하게 인정을 받습니다." 궁금해 하지도 않는 제게 하신 이 말씀은 제게 호의적으로 해 주시는 조언이었지만 그 말씀이 뜬금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위에 언급한 친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안철수가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해도, 아무리 올바른 정신세계와 정치관을 구축하고 있다 해도 주변 인물들의 손에 고기써는 칼과 보따리가 들려져 있다면 그 역시 영삼이고 대중이고 무현이와 다를게 하나도 없는, 주변에 흔히 보이는 구태 정치꾼중의 하나가 되어 우리 눈에서 멀어질 게 틀림 없을것 같습니다. 


안철수를 역사적인 정치인으로 만드는 것도, 숯검댕이 묻은 구태의 기성 정치인으로 만드는 것도 결국은 안철수 자신이 아니라 주변 인물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얘기입니다. 주변 인물이 올바른 생각을 가진 분들로 채워져 있을 때 비로소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고 빛이 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올바른 정치인만 나타나면 모든게 다 잘 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술자리에서 들은 내 친구의 순진하다는 말에도 미처 깨닫지 못 했던 나는, 저에게 충고해 주신 분의 말씀을 들으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지지꾼이 주변에 널려 있었던거 였습니다.  술친구가 지적한 대로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그 순진한 생각이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하하는 사람들과 맞서게 만들었고 싸울수 있었지만 그 말을 들은 이 후로는 그러지 못 할것 같습니다. 다만 지켜보겠습니다. 안철수 주변에 어떤 칼과 어떤 보따리를 든 사람들이 모여 드는지를..